[개괄] 한시를 감상한다는 것은 곧 한시를 이해하고 음미하는 일이다. 한시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시의 구성 형식과 표현 방법, 그리고 운율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한시에서는 시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해야만 바르게 읽고 새길 수 있다.
[오언 절구의 구성] 오언 절구에서는 앞의 두 자와 뒤의 석 자가 각기 1어(語)로 구성되기 때문에 앞의 두 자에서 일단 끊고 뒤의 석 자를 읽는다. 새길 때도 마찬가지로 앞의 두 자를 먼저 새기고 뒤의 석 자를 새긴다. 즉 '○○V○○○(2자 1어+3자 1어)'가 1구가 된다. 다음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이산해가 지은 오언 절구인 <詠栗(영률 : 밤을 읊음)>이다.
一腹 生三子(일복 생삼자)
中男 兩面平(중남 양면평)
秋來 先後落(추래 선후락)
難弟 又難兄(난제 우난형)
한 배에 세 아들이 생겨났는데
가운데 아들은 양면이 평평하네.
가을이 와서 앞뒤로 (다투어) 떨어지니
아우라 하기도 어렵고 형이라 하기도 어렵구나.
[칠언 절구의 구성] 칠언 절구에서는 앞의 넉 자와 뒤의 석 자가 각기 한 말(1어)을 이룬다. 따라서 읊을 때도 앞의 넉 자에서 일단 끊고 뒤의 석 자를 읽는다. 새길 때도 마찬가지로 앞의 넉 자를 새기고 난 다음 뒤의 석 자를 새긴다. 즉 '○○○○V○○○(4자 1어+3자 1어)'가 1구가 된다. 다음은 조선 세조 때의 무장 남이가 지은 칠언 절구 <북정(北征)>이다.
白頭山石 磨刀盡(백두산석 마도진)
豆滿江水 飮馬無(두만강수 음마무)
男兒二十 未平國(남아이십 미평국)
後世誰稱 大丈夫(후세수칭 대장부)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다하고
두만강 물은 말이 마셔 없도다.
사나이 스물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한다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랴.
[율시의 구성] 율시는 1구가 5자 또는 7자의 8구로 이루어진 한시를 말한다. 율시도 절구와 같이 오언 율시와 칠언 율시로 나뉜다. 구성은 절구의 경우와 같다.
[운율] 한시는 엄격한 음수율이 적용되는 정형시이다. 다시 말해 시에 쓰인 말의 일정한 음의 수(자수와 음위율), 곧 문자를 놓는 규칙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운율은 한시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한시의 운율에는 자수율(字數津)·평측법(平仄法)·압운(押韻) 등이 있다. 먼저 자수율을 보면 오언 절구는 1구 5자 4구의 총 20자이고, 칠언 절구는 1구 7자 4구의 총28자이다. 또 오언 율시는 1구 5자 8구의 총 40자이고, 칠언 율시는 1구 7자 8구의 총 56자이다. 평측법은 한자가 가지고 있는 소리의 가락을 음악적으로 배열하는 규칙을 말한다. 즉 한자는 각 글자마다 평성(平聲 : 가장 낮은 소리)·상성(上聲 : 처음이 낮고 나중이 높은 소리)·거성(去聲 : 가장 높은 소리)·입성(入聲 : 짧고 빨리 닫는 소리)의 사성 가운데 어느 한 성조(聲調 : 말소리의 가락)를 지니고 있다. 한시를 지을 때는 이러한 각 한자가 각기 지니고 있는 음의 가락을 음악적으로 배열해 쓰는 규칙이 있는데, 이 규칙이 바로 평측법이다. 또 한시에서는 구의 끝 글자를 반드시 성조가 같은 자(운자)를 놓아야 하는 규칙이 있다. 이를 압운이라고 한다. 모든 한자를 평측법에서 말한 사성, 곧 평성·상성·거성·입성의 넷 가운데 어느 하나에 들도록 나누고, 다시 이를 끝소리가 없는 한자는 가운뎃소리(중성), 끝소리가 있는 한자는 끝소리가 같거나 비슷한 것에 따라 나눈 것이 운(韻)이다. 위에서 예로 든 오언 절구에서 살펴 보면 2구의 평(平)과 4구의 형(兄)이 바로 압운이다. 곧 운자를 승구(承句 : 둘째 구)와 결구(結句 : 넷째 구)의 맨 끝에 놓도록 정해진 것이 압운으로, 한시의 운율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대구(對句)] 대구는 짝을 맞추어 지은 글귀를 말한다. 한시에서는 기구와 승구, 전구와 결구가 서로 어울려서 한 쌍이 되게 한다. 그래서 서로 연관을 가진 두 가지 현상을 함께 어울리게 표현해 대구를 이루게 한다. 한시를 공부할 때 이 대구의 뜻을 모르면 한시의 참다운 맛과 멋을 이해할 수 없다. 다음은 당나라 때의 시성 두보가 지은 오언 절구이다.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山靑花欲然(산청화욕연)
슥春看又過(금춘간우과)
何一是歸年(하일시귀년)
강이 푸르니 새는 더욱 희고
산이 푸르니 꽃은 불타는 듯하구나.
올봄도 눈앞에 또 지나가니
어느 날이 돌아갈 해인가.
이 시는 기구와 승구를 대구로 해서 봄 풍경을 읊은 서경구이다. 특히 색채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江'과 '山', '碧'과 '靑', '鳥'와 '花', '白'과 '然(燃과 같은 뜻)'이 그러한데, 특히 기구와 승구의 글자끼리도 대를 이루고 있다. 다음의 시는 당나라 때의 이백(이태백)이 지은 오언 절구 <靜夜思(정야사 : 고요한 밤의 생각)>이다.
牀前看月光(상전간월광)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평상 앞에서 달빛을 보니
(마치) 땅 위에 내린 서리인 듯하구나.
머리를 들어 산 위의 달을 바라보고
머리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이 시는 전구와 결구, 곧 제3구와 제4구가 대구를 이루고 있다. '擧頭'와 '低頭', '望山月'과 '思故鄕'이 서로 짜임상의 대를 이루었고, '擧'와 '低', '望'과 '思', '山月'과 '故鄕'도 의미상으로 뜻이 상대적인 대를 이루고 있는 대구이다.
[감상 요령] 한시는 첫째 바르게 읽고, 시어를 정확하게 새겨야 한다. 둘째, 시어를 통해 지은이가 어떠한 정경을 노래하고 있는가를 이해하고, 지은이가 나타내려고 한 시상, 곧 주제를 파악하도록 한다. 절구나 율시의 감상 요령은 대체로 같지만, 특히 율시에서는 제3구와 제4구인 함련, 제5구와 제6구인 경련이 각각 그 연대로 대구에 의해 표현되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 절구에서는 대구를 써야 한다는 절대적인 요건이 있는 것은 아니나, 율시에서는 함련과 경련은 반드시 대구로 표현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율시를 감상할 때는 함련과 경련은 대구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감상하도록 한다.